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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억

변화를 선도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

1996년 9월 전공의 한 명 없이 시작했던 응급의학과는 이후 교육 체계 정립과 시설 확충 등을 거치며 지금까지 54명의 전문의를 양성해 왔다. 특히 진료과가 개설된 지 5년 만인 2001년에 대전·충청권역 응급의료센터를 개소한 업적은 지역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응급의학과의 시작에서부터 발전 과정을 함께 해 온 유인술 교수가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공을 인정받아 대한응급의학회로부터 ‘한마음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인술 교수를 만나 지역 응급 의료 수준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 병원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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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에서 찾은 희망

1996년 9월에 응급의학과 초대 과장으로 부임한 유인술 교수는 당시 국내 응급의학 트레이닝 1기이자 대전·충청권에서는 유일한 응급의학 전문의였다.

“국내에 응급의학과를 갖춘 병원이 거의 없어 의료 현장에서 ‘외로운 섬’과 같았어요. 다른 진료과의 교수나 전공의, 간호사도 응급의학과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던 때다 보니 문제를 상의할 동료조차 없었으니까요.”

당시 응급의학과는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시설·인력·장비는 물론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교육·연구 시스템이 모두 부족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렇다고 열악한 의료 체계만을 탓하고 있기에는 쌓인 과제가 너무 많았다. 응급의료의 특성상 충남대학교병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응급의료체계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컸다. 그는 부임하면서 세웠던 5년, 10년, 20년 목표를 다시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전공의 양성을 위한 기본 준비 완수와 안정된 응급실 환경 구축이라는 5년 목표를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 부임 직후부터 응급실 간호사에 대한 교육을 매주 1회씩 진행하였고, 부임 3년째 되던 해에 응급의학 전공의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만인 2001년 5월 17일 건물을 신축해 대전·충청권역 응급의료센터를 개소했다.

“당시 응급실 단일 면적으로는 국내에서 제일 큰 규모였습니다.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환자감시 장치, 심장전기충격기, 응급실 전용 초음파, 인공호흡기, CT 등의 첨단장비를 도입했습니다. 환자 진료를 위해 드디어 안정된 하드웨어가 구축된 것이지요.”

국내 응급의학의 체계를 세우다

시설을 정비한 후에 그는 교육 체계를 마련하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공의 양성을 통한 지역 내 응급실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10년 목표까지도 이뤄냈다. 1998년에 전공의 수련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전문의를 지속적으로 배출해 왔고 이들 모두 대전 지역을 비롯해 타지역의 많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으로 진출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현재 유인술 교수는 이 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응급의학과 구축이라는 20년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의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그는 관련 법률 개정과 제도 마련 등 국가적 차원의 관심까지 이끌어 냈다. 병원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안정된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직접 외부 관련 기관과 단체에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진심 어린 호소 덕분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개정을 통한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 평가, 응급의료수가 제정, 응급의료기금 조성 등의 성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응급학회로부터 ‘한마음 공로상’을 수상했다.

꾸준한 연구와 학습으로 변화를 선도

그간 유인술 교수가 구축한 응급의료체계는 안정된 연구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내에 구성된 브레인팀(Brain team)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높이기 위한 치료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이 팀은 SCI급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여러 차례 발표해 최근 4년간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 100을 달성했다. 성과가 알려지면서 다른 병원에서 뇌 손상 후유증이 예상되는 환자에 대한 전원을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다. 이로써 최신식 시설·장비 구축과 안정된 연구 환경 조성 등 26년 전 꿈꿨던 모습이 모두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의료계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만큼 이제 병원이 연구 성과는 물론 의료서비스의 수준까지 향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그는 ‘변화를 선도하는 인재상’을 강조하며 후배 의료진을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의료제도와 의학 발전의 수준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를 선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연구와 학습 활동을 유지하되 환자를 내 가족처럼 대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많은 선배가 이룬 업적을 참고해 꾸준히 준비하고 당당히 경쟁하기를 바랍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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