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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건강

봄나들이의 불청객, 뱀
응급의학과 강창신 교수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에 슬슬 생기가 돌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이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자연을 찾는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그동안 겨울잠을 자고 있던 다양한 종류의 야생 동물이 깨어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특히 뱀은 봄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야생동물로 국내 서식하는 종류 중에는 독사도 다수 있어 산행 시 주의가 필요하다. 봄나들이 중 뱀에 의한 물림 사고 예방과 대처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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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서 뱀의 위험성

겨울은 낮이 짧고 물이 어는 등 생물이 생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은 동물이 몸속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대사활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자연 깊숙이 몸을 숨긴다. 뱀 또한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멍에 들어가 겨울잠으로 추위를 넘긴다. 이렇게 뱀은 겨우내 땅 속에 숨어 있다가 봄이 오면 기지개를 켜듯 고개를 들고 땅 위로 나오며 활동을 시작한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봄기운이 솟아날수록 설렘도 커지고 이를 한껏 느끼기 위해 산행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같은 들뜬 마음으로 인해 부주의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봄철 산행 시 뱀에 의한 물림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국내 뱀에 의한 물림 사고는 매년 약 2700여 건이 보고되고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주로 4~10월 사이에 호발한다. 뱀은 자극하지 않으면 사람을 물거나 따라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풀숲 등에 숨어있는 경우 실수로 만지거나 밟게 되어 물리는 경우가 많다. 문헌에 따르면 국내 서식하는 뱀은 약 14종으로, 독사는 불독사(쇠살모사), 까치살모사(칠점사), 유혈목이(꽃뱀)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사는 뱀과 물린 상처의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머리의 모양이 삼각형이고 길이가 굵고 짧은 것이 독사 생김새의 특징이며, 물린 상처부위에 뱀의 송곳니에 의하여 생긴 두개의 구멍이 보이면 독사일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뱀에게 물렸을 때 독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쫓거나 잡으려고 하는 경우 여러 번 물릴 수도 있고 독이 빨리 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물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적절한 행동이다.

응급실에서의 치료

병원 응급실에서 이루어지는 응급처치는 의료진에 의한 뱀 물림 부위의 평가와 전신증상의 확인에 따라 이루어진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항뱀독소 및 예방적 항생제 투여, 수혈, 물린 부위의 독소 및 조직의 죽은 조직 제거술, 물린 부위의 사지 고정을 시행할 수 있다. 뱀 물림에 의한 조직괴사는 심층까지 이르지 않고 얕은 것이 보통이지만 상처 부위의 괴사가 심하게 진행되어 부종으로 사지 허혈성 괴사의 발생 위험이 있을 때에는 근막절개술 등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뱀에 의한 물림 사고는 풀숲을 걷는 등 위험한 환경을 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뱀에게 물렸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물린 장소에서 벗어나 안정을 취하며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으면 된다. 다행히 국내 독사의 경우에는 물린 즉시 생명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많은 병원 응급실에는 효과적인 항뱀독소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현장에서 적절하게 응급처치를 한 후 상처부위를 고정하고 신속하게 응급실로 이송하면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사진

뱀 물린 후 응급처치 방법

안정을 취하며 시행할 수 있는 현장 응급처치로는 물린 부위를 깨끗한 물(생리식염수 혹은 수돗물을 추천)로 씻어내고 물린 곳보다 심장에 가까운 쪽으로 5~10cm 떨어진 부위에 2~3cm 정도 폭이 넓은 헝겊 끈으로 묶고 물린 사지의 부종이 진행하므로 반지, 시계 등을 빼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물린 상처에 민간요법으로 통하는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된장, 감자 등) 및 베타딘 혹은 과산화수소 소독약은 상처부위에 바르면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상처를 자극하고 상처의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 또한 물린 부위를 너무 세게 묶으면 동맥피를 포함한 혈류 공급을 모두 차단하여 조직손상이 심해지므로 상처부위의 동맥혈 흐름이 차단되지 않도록 맥박이 느껴질 정도의 압력으로 묶어야 한다. 간혹 독사에 물렸을 때 뱀의 독니 자국을 연결하는 부분을 칼로 절개하고 독을 빨아내는 것을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문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염의 문제, 구강을 통한 독의 재흡수 문제, 절개에 의한 인대, 혈관, 신경 손상의 가능성 등의 이차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 뱀 교상에 의한 손가락 손상으로 내원한 환자의 응급실 및 입원 치료 후 회복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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