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
사람의 적?

송창화 미생물학교실 교수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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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생각하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은 인체와는 뗄 수 없는 공생관계를 이루고 사는 것이 세균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부드러운 이미지로 말하자면 미생물은 우리 사람과 공존하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약 100조 정도로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보다 약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람은 자기 자신의 세포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이 사람을 대표한다고도 말할 수 있고, 또한 아주 단순하게는 사람은 걸어다니는 미생물덩어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생물에서 나오는 다양한 대사산물들은 사람의 건강 뿐만 아니라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요즘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은 결코 미생물과 별개의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학자들은 장래 발전하게 될 산업 중 하나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종류의 직업을 꼽을 정도로 장내 미생물이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던 속담 중 ‘개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

려면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하찮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급하게 쓸 데가 있어 찾으면 없다는 말로 생각할 수 있으나 ‘정말 개똥이 약으로 쓰였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흰 개의 똥을 말려 불에 태운 후 술에 타 마시면 뭉친 것을 풀어주고 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상처나 고름을 치료할 때 좋다고 되어 있다. 또한 말똥은 더위를 먹었을 때 즙을 내어 먹으며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동물의 배설물을 사람의 질병에 응용한 사례가 있다. 어쩌면 동물의 똥에서 유래하는 미생물들이 사람의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미생물들과 면역질환이나 대사질환의 연관성,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질병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사람의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변의 이식에 의한 질환 치료에 대한 연구는 어느 때보다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대변 미생물총 이식(FMT: 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란 건강한 미생물 집단을 사용하여 장의 병원균을 몰아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많은 환자들은 FMT시술을 받고 있다. 실제 OpenBiome이라는 대변은행이 2012년 비영리단체로 미국 내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는 C. difficile 감염 치료에 국한되어 있지만 장차 표준화되고 체계화되면 건강을 지키고 치료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사람의 몸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약 1만여 종에 다다르며 무게로 치면 약 1kg 정도에 해당한다. 사람은 미생물과의 적절한 타협 아래 공존하고 상호 협력하는 한 고마운 존재이지만 균형이 깨지는 순간 적으로 변할 수 있는 무시하지 못할 존재임에 분명하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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