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듣는 이야기
10월호 테마인 ‘이목구비’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 글 봄 편집실 | 감수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교실 김수일 교수
세상을 인식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
이목구비
좋은 얼굴을 이야기할 때 ‘이목구비가 반듯하다’란 말을 쓰곤 한다. 세상의 정보를 인지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기관인 귀와 눈, 입, 코를 일컫는 이목구비(耳目口鼻)는 얼굴에 고루 자리 잡아 그 인물을 대표하는 상징성까지 획득했다. 이들 네 기관이 각각 취한 정보는 뇌에서 종합돼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다시 이목구비를 통해 외부로 표출된다.
균형 잡힌 귀, 따뜻한 눈빛, 미소 짓는 입, 단정한 코. 지금 나의 이목구비는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균형을 잡아주는 귀와 마음을 전하는 눈
귀와 눈, 입, 코를 통틀어 ‘이목구비’라 부르지만 이들 네 기관은 각각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먼저 ‘이목구비’ 네 글자 중 제일 앞에 선 귀는 소리를 듣는 것 뿐 아니라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사람의 청각세포가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진동은 20~2만㎐ 정도이다. 소리가 바깥귀와 가운데귀의 귓속뼈를 거쳐 속귀의 달팽이관에 이르면 달팽이관 속의 림프액이 진동하고, 이 진동이 청각세포를 자극하면 신호가 발생해 뇌에서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속귀에 있는 반고리관과 안뜰기관(전정기관)이라는 두 평형기관은 몸의 회전과 기울기를 느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 백 냥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굉장하다. 눈은 시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전기·화학 정보로 변환하여 시신경이라는 통로를 통하여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강력한 비언어적 소통의 수단으로도 활약한다. ‘눈으로 말해요’라는 말이 있듯 눈은 사람의 행동, 생각을 그 빛에 담아 때론 그윽하게, 때론 냉철하게 빛난다. 책과 전자제품에 노출이 많은 현대인의 눈은 휴식이 필요하다.
행운을 불러오는 입과 나를 완성하는 코
입은 소화가 시작되는 곳으로, 소화 계통 중 유일하게 외부에서 볼 수 있는 기관이다. 이가 음식을 잘게 부수는 동안 주름진 입천장은 제대로 씹히지 않은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게 막아 준다. 길쭉한 모양의 근육으로 이루어진 혀는 맛으로 정보를 파악할 뿐 아니라 음식을 침과 섞고 골고루 씹을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또한 입 안에서 소리를 만드는 작용에도 관여한다. 이처럼 입은 음식물의 섭취와 소화 기능을 담당할 뿐 아니라 사람의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인 음성언어를 실행하는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음성언어는 강한 힘을 갖고 있어 한마디 말이 상대에게 기쁨을 주기도,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무표정한 표정 대신 입꼬리를 올리고 환한 미소로 상대와 대화해보자.
얼굴 한가운데 오뚝 솟은 코는 냄새를 맡는 후각기관이자 공기가 드나드는 호흡 계통의 입구이다. 코 천장의 후각점막은 공기 중에 섞여 들어오는 냄새를 맡는 역할을 한다. 후각은 오감 중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으로, 사람은 약 500만 개의 후각세포를 통해 약 3,000~1만 가지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또 코는 공기 중의 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 사람의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성대의 모양에 의해 결정되지만, 성대의 진동으로 만들어진 목소리는 코를 지나며 더욱 크게 울리는데 코의 구조와 두께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감기에 걸리면 목소리가 맹맹하게 변하는 것은 코안과 코곁굴의 점막이 부어올라 평소와 다른 울림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체의 많은 부분은 더위와 추위를 피해 옷과 도구로 보호하지만 세상을 인식하고 소통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이목구비는 자신은 물론 건강과 마음 상태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보이곤 한다. 건강한 이목구비 관리를 시작으로 세상과 제대로 소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