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

함께하는 즐거움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일하는 병원 식구들의 따뜻한 차 한 잔, 수다 한 스푼.
글+사진 봄 편집실

나만의 글씨체 통해 나를 찾고 남을 이해하는 시간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지역본부 충남대학교병원지부 캘리그라피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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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나 영화 포스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캘리그라피. 유일무이한 글씨체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이 매력적인 ‘글씨쓰기’에 푹 빠진 이들이 충남대학교병원에도 있다. 캘리그라피 동호회가 바로 그 주인공. 딱딱한 업무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고, 일주일에 단 하루 힐링의 시간을 보내온 지 벌써 8주째. 아쉬움 가득했던 마지막 수업 날, 개성 있는 붓글씨와 알록달록 손 그림으로 물든 모임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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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 통해 만나는 여유

지난 9월 8일 저녁 6시, 업무가 끝난 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충남지역본부 충남대학교병원지부는 시끌벅적하다. 오늘은 지부가 기획한 캘리그라피 수업이 있는 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양손에 연습장과 붓펜, 물감을 든 직원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조합원들에게 더 친근하게, 더 가까이 다가가자’는 의도로 마련된 이 시간은 예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지원 마감 후에도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어요. 12명이 정원이었는데 대기번호도 있었고, 친분을 내세우며 추가신청을 하는 사람도 많았죠.(웃음)” 이 사업을 기획한 한권정 간호사(노조지부 전임)는 “참여자 모두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해줘서 뿌듯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지은 간호사(분만실)는 이번이 캘리그라피와 두 번째 만남이다. 처음 배울 때도 그 매력에 푹 빠져있었지만 시간과 비용이 부담돼 다시 도전하지 못했었다고. “꼭 다시 배우고 싶어 했던 터라 고민 않고 바로 신청했죠. 지부에서 강습료 50%를 지원해주고, 원내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시간도 많이 절약되더라고요.” 최 간호사의 말에 김태희 간호사(감염관리실)도 크게 공감했다. “제가 많이 내성적인 편인데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도 하고, 또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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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단 하나뿐인 작품 만들기

마지막 수업이라 그런지 이날 직원들 얼굴이 특히나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목요일 모임은 저번 주에 끝났어요. 종강 이후에도 따로 모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오고갔다던데, 마지막 날이 되니 200% 공감되네요.” 캘리그라피를 ‘무료한 일상 속 유일한 활력소’라 정의 내린 윤우자 간호사(51병동)의 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수업은 종이봉투 꾸미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편지 쓰기 등이 진행됐다. 서미영 강사가 미리 작업해온 작품들을 꺼내보이자 다들 눈빛이 반짝인다. “캘리그라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의 글씨체를 찾는 것입니다. 먼저 연습장에 충분히 글씨를 써본 다음 봉투와 엽서에 작업 해보도록 할게요.” 누구는 서 강사의 글씨를 보면서 따라 적기도 하고, 누구는 개성 있는 글씨체를 선보이며 다들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지난 8주간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물은 뭘까. 참여자 모두 ‘컵 만들기’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서은경 간호사(262병동)는 “도예를 따로 배우지 않고도 나만의 컵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컵을 선물 받은 가족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편견 없는 지부를 만들기 위한 첫 시도였던 캘리그라피 모임. 이번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열정에 힘입어, 앞으로도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준비할 계획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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