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명품진료_ 환자 인터뷰
암 조차도 부부에겐 함께 웃으며
넘을 수 있는 언덕
아름다운 노년 최연옥·정영지 부부
처음 폐암 진단을 받은 후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최연옥 씨(82)의 태도에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의아해했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선생님을 믿고 곁에서 알뜰살뜰 저를 챙기는 남편을 의지하니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어요.” 첫 발병 이후 재발까지 두 번의 수술을 거치고 나서야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여든을 넘긴 노부부는 그래도 살아볼 만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살면 살수록 믿음과 용기, 지혜가 더해지는 사람들, 그래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는 부부, 최연옥·정영지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갑작스럽게 발병한 희귀병
최연옥 씨가 충남대학교병원을 찾은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5개월 동안 음식도 넘어가지 않고 걸음도 못 걸을 정도로 힘이 빠지고 점점 말라가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주 진료 받던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비롯해 CT 촬영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때 담당 의사의 추천으로 찾은 병원이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당시 담당의 박희선 교수)였다.
“호흡기내과에 입원하고 조직 검사를 진행했어요. 검사 결과를 보니 류마티스 질환이 폐에 염증을 일으킨 희귀질환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 담당 의사선생님이 충남대학교병원이 생긴 이래로 처음 보는 희귀병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남편인 정영지 씨는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지금도 그때의 놀란 심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류마티스 질환이 폐에 침범했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자 당장 시급한 것은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류마티스내과에서 약물 치료를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호전이 되기 시작했다. 치료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완치가 되었고 발병 전과 다름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항암치료와 수술은 젊은 사람들도 버거워하는데 두 분은 정말 남달랐어요.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늘 밝고 활기가 넘치셨어요.
치료를 하는 의사까지도 마음이 편할 정도였으니까요.”
또 한 번의 시련을 넘다
병이 완치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최연옥·정영지 부부는 충남대학교병원 박희선 교수에게 감사인사를 하고자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치료 과정에서 너무나 애써주신 게 영 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찾아 인사를 드리는데 선생님께서 혹시 모르니 아내에게 엑스레이를 한 번 찍고 가라고 권유하시더라고요.”
우연찮게 촬영한 엑스레이 상에서 폐에 오리 알만 한 혹이 보였고 검사를 진행하니 폐암 3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호흡기내과 박희선 교수가 진료를 맡았고 곧바로 치료를 진행했다. 남편인 정영지 씨도 놀랐지만 이제야 건강을 찾아 다행이다 싶었던 아내가 더 걱정이었다.
“다른 병원에서도 밝히지 못했던 희귀병도 고쳤던 병원인데, 폐암이 뭐가 대수겠어요. 다 잘될 거라 생각했어요.” 최연옥 씨는 의외로 덤덤히,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워낙 고령이다 보니 처음에는 약물 치료를 진행했고 이후 혹이 줄어들자 제거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꾸준히 상태를 지켜보던 중 5개월째에 다시 혹이 발견되어 재수술을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암은 동맥 옆에 있어 수술로 제거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약물 치료를 선택했다. 다행히 치료약이 최연옥 씨에게 잘 맞았고 증세는 점점 호전되어 이번에도 완치 판정을 받게 되었다.
“항암치료와 수술은 젊은 사람들도 버거워하는데 두 분은 정말 남달랐어요.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늘 밝고 활기가 넘치셨어요. 치료를 하는 의사까지도 마음이 편할 정도였으니까요.” 박희선 교수는 수술과 치료 과정을 잘 버텨준 최연옥·정영지 부부가 무척 인상 깊었다고 회상한다. 생과 사를 오가는 6·25 전쟁 통에 만나 서로 의지하며 60여년을 함께 보낸 노부부에게는 암 조차도 그저 함께 웃으며 넘어야 할 언덕일 뿐이었던 것이다. 여생을 믿음과 용기, 지혜로 채워 가며 여유를 찾아가는 삶, 부부의 노년이 아름다운 이유이다.